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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

일단 뻔뻔해지자

해뜬날350 2025. 7. 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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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로  '현금 흐름, 500'을 꿈꾸는 나의 꿈, 부자 언니, 해뜬날입니다.

 

 

 

 일단 뻔뻔해지자           

 

책쓰기를 유독 무겁게 여기는 분들이 있다. 책을 꾸준히 읽어온 분들이다. 좋은 책을 읽어본 경험의 누적이 보는 눈을 높게 만들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래서 일까, 오히려 독서량이 적은 분들이 글쓰기에 들이는 뜸이 짧다.  글이 안 써진다고 하면, 글쓰기 선생님들은 '너무 잘 쓰려는 마음을 버려라' '부담을 내려놓고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쓰다 보면 자꾸 욕심이 난다.  그럴 때 서랍 속에 넣어둔 가면을 꺼내 쓰면 어떨까? 얼굴에 가면을 착용하는 순간, 아무도 나를 알아 볼 수 없고 나는 뻔뻔해진다. 

글을 쓸 때는 좀 뻔뻔해도 괜찮다. 다만 뻔뻔함에는 내 글에 책임을 지겠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수없이 반복되는 퇴고로 해결해야 한다. 

 

쓰는 게 뭐 대단한 것 같지? 그건 웬만큼 뻔뻔한 인간이면 다 할 수 있어. 뻔뻔한 것들이 세상에 잔뜩 내놓은 허섭스레기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진짜 읽을 만한 걸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운 거야.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에서

 

나의  생각 한 스푼 

참 위로가 되는 말이다. 나를 돌아보면 어떤가?  처음 블로그에 내 일상을 기록했다. 튀니지에서의 일상을 매일 기록해서 나중에 책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차마 다른 사람들이 읽게 할 수 없었다. 내 글이 너무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밀'처리 했다. 그렇게  몰래 몰래 나만의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 혼자 계속쓰니 재미도 없고, 또 글을 꼭 써야 하는 이유도 딱히 발견할 수없어 그만두었다. 그냥 간직만 했다. 그러다 몇년이 흐르 후 블로그세계를 알게 되어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고, 그 전에 썼던 글들이 내가 쓰는 카테고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여겨져서 그만 정리한다는 것이 모두 지워버렸다. 정리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모든 글까지 다 삭제되는 것이였다. 얼마나 황당하던지, 그동안 썼던 글이 순식간에 다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무리 되돌리려해도 할 수없었다.  블로그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니,  카테고리를 지우면 모든 내용도 다 사라진다는  다소 예견했던 문자를 보내왔다. 

아뿔싸!  모든 것을 단념하고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글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저자의 말처럼 글을 쓰면 쓸수록, 또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정말 글쓰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였다.  말 그대로 '보는 눈'이 오히려 생기는 것이다.  또 단순 여행 정보성 블로그를 쓸 때는 자신의 이야기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되어 상관없는데, 조금씩 여행 에세이 작가로, 오딧세이 에세이 작가의 꿈을 꾸면 글을 쓰기 시작하니, 이런 저런 나 만의 비밀들이, 조급한 숨기고 싶은 것들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얘기는 안돼, 저 얘기도 안돼! 그러면서 아름답고, 행복하고, 즐거웠던 이야기거리'만 찾게 되었다. 글을 가려쓰다 보니, 글을 쓰다가 막힐 때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 먹고 한 꼭지씩 쓰는 동안, 다른 유사한 책들을 읽으면서 점점 더 내 글에 자신감이 없어졌다.  아! 나는 왜 이렇게 글을 못 쓰지, 아, 나는 왜 이럴 때 이렇게 표현을 못하지,  이런 내용을 써야 하나? 이것은 좀 챙피한데!등  마음속 규칙들, 스스로 만든 기대치들이 글을 꾸준히 쓰는데 자꾸 허들이 되어 나타났다.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사라져갔다.  글을 쓰고 싶은데, 책은 출간하고 싶은데, 아! 어쩌나?  이런 나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는 조언자들이 필요했다. 이와 관련한 책들을 찾기 시작했다. 찾고자 하니, 또한 찾아진다.  많은 글쓰기, 책쓰기관련 책들에서 작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 초고는 쓰레기라고, 일단 쓰라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일단 쓰라고, 퇴고하면서 수정하면 된다고, 세계적인 문학가들도 수십번의 퇴고 과정을 걸쳤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했다.  작가들의 공통된 조언들을 들으면서 나는 조금 과감해지기로 했다.  일단 쓰기로 했다. 솔직하게 막힘없이 쓰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고 쓰기 시작하니, 글이 술술 잘 써지기 시작했다.  문법도, 문장 구성도 엉망이고, 화려한 묘사도 없지만 나는 일단 쓰기 시작했다.  생각나는데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다양한 책을 읽었다.  글에 대한 자신감은 단단하게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주저주저하는 마음은 있다. 그러다가 오늘 이 문장을 발견했다.  '일단 뻔뻔해지자.  작가는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글을 인용해서 글을 쓸 때는 다소 뻔뻔해지자'고 외친다. 그리고 자신만의 주문을 외우라'고 조언한다.  ' 나보다 지식이 많을 순 있어도, 나처럼 쉽게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을 걸' ' 공감하느냐 비판하느냐는 독자의 몫이지, 내가 앞서 판단할 일이 아니야' ' 글쓰기를 대하는 내 생각은 누구와도 같을 수 없어. 남들과 다른 나만의 철학이 있는 거야'- 작가의 주문들. 

책을 5권이상 출간한 작가도 이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주문을 외우며 뻔뻔해 지기 위해 노력?하는데, 하물며 이제 경우 1년 글을 써온 내가 뻔뻔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글을 쓰겠는가? 나는 더욱 더 과감하게 뻔뻔해 져야 하지 않을까? 문법 신경쓰지 말고, 미사어구 신경쓰지 말고, 일단 속에 있는 것들을 과감히 드러내는 일부터 해야 되지 않을까?  처음 글쓰기 모임에 참석했을 때 이런 저런 지적? 아니 조언이겠지만, 글쓰기가 무엇인지 이제 막 알아가려는 신참인데, 이런 저런 글쓰기에 대한 지적들을 받다보니, 나는 더욱 위축되었다. 오히려 글쓰기 자신감이 상실되었다. 그래서 '합평'이라는 것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합평은 오히려 글쓰기에 방해가 되었다. 대신 나는  김선영 작가의 필사 문장을 당분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싶다. ' 일단 뻔뻔해 지자!'  다시 한번 이 문장을 필사 하고 싶다. 퇴고에게 일단 모든 일을 맡겨보자. 나는 쓰고, 퇴고가 수정해 주겠지!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말이다. 

 


쓰는 게 뭐 대단한 것 같지?
그건 웬만큼 뻔뻔한 인간이면 다 할 수 있어.
뻔뻔한 것들이 세상에 잔뜩 내놓은 허섭스레기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진짜 읽을 만한 걸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운 거야.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에서

 

여러분,  글을 쓸 때 당분간 뻔뻔해 지십시오,  다만 본인의 글에 책임을 지겠다는 전제를 가지고 뻔뻔해져야 합니다. 퇴고를 통해 그 뻔뻔함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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