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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로  '나의 꿈, 부자 할머니'를 꿈꾸는 해뜬날입니다.

 

 
제철 행복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김신지 작가의 24절기 제철 행복 알림장 세상에 행복이란 게 존재한다면 잠시 머무는 이 계절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곁에 와 손짓하고 있지만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쉽기에 알맞은 시절에 챙겨야 하는 작은 기쁨들, 이 책은 바로 그 ‘제철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을 통해 스쳐가는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을 나누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신지 작가가 가장
저자
김신지
출판
인플루엔셜
출판일
2024.04.25

 

 

  망종엔 무얼 하든 바깥이 제철         

 

'초여름'은 이름부터 싱그럽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는 무엇이든 해보라고 격려해주는 손길같다.  이 무렵엔 나도 모르게 멈춰 섰다가 가는 계절의 정거장이 여럿이어서 좋다.  장마가 오기 전에 부지런히 챙겨야 할 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뭐든 바깥에서 하기, 친구와의 약속도, 일로 만나는 미팅도, 저녁 식사도, 주말의 할 일도 웬만하면 바깥을 누릴 수 있나 살핀다.  습도 낮고 모기 없는 망종 무렵엔 부지런히 바깥을 즐기면 된다.  할 일이라곤 그게 전부다.  산책하기, 자전거 타기, 카페테라스 앉기 등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혼자서 하고 함께 하면 더 즐거운 것은 함께 한다. 

망종 무렵은 마음에 쏙 드는 풍경을 가진 야외 테이블을 찾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계절이다. 부지런한 자만이 제철 행복을 얻는 법.  초여름은 '바깥'에 마음을 쏟고 지내는 계절, 좋아하는 바깥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즐기고 그게 곧 잘 사는 일이라고 믿으며 지낸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좋은 순간에, 좋은 풍경에 데려가는 건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내게 알맞은 행복을 찾는 일은 다른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바라는 것을 귀담아듣는 데서부터 시작하니까.  내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 한 위로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한 문장 

이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요즘 마음이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기쁘기도 슬프기도 우울하기도 감사하기도하는 애매한 감정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고요하게 해 주는 에세이가 없을까? 궁리하고 찾아보는 가운데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와우, 이런 책도 있구나! 지금까지 교과서에서만 알고 있던 계절에 대해서, 24절기에 대해서 이처럼 생생하게,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놓은 책이 있다니, 그것도 그 계절이 어떤 계절이며 무엇을 하면 좋을 것인지?에 대해 의견과 조언까지 곁들인 책이라니, 그리고 계절과 절기를 이용해서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 수 있다니,  아니, 글을 쓸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움 자체였다. 그리고 곧바로 읽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파리에 있기 때문에  종이책은 아니다. 바로 ebook으로 읽는다. 처음엔 오디오를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전자책으로 읽고 싶어졌다. 전자책으로 , 눈으로 글을 보면서 읽는 재미는 또 다른 기쁨과 앎의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계절이 바로 '망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깥에 나가기 좋은 계절,  바깥이 사방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계절, 어디를 가든 마음을 뺏아기기에 좋은 계절이 바로 지금이다. 

2주일 전만해도 파리는 매우 쌀쌀한 계절이었다. 여전히 겨울 옷을 상자안에  넣어두기도 애매한,  그렇다고 입기도 애매한, 없으면 안될 것 같고, 입으면 어딘가 애매한 계절이 바로 5월초까지 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여름같은 계절이 찾아왔다.  낮엔 덥고 아침과 밤은 쌀쌀하고 시원한 날씨.  사람들이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계절,  파리 시내 어디를 가나 카페와 레스토랑 테라스에 사람들고 인산인해를 이루는 계절이 찾아왔다.  내가 매일 찾는 공원은 그야말로 사람들로 가득찬 계절이다. 잔디, 호숫가, 자전거 전용도로,  공원앞 카페, 식당 등 그 어디든 사람들의 밝고 환하고, 웃음지고 행복한 미소를 볼 수있다.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찾는 방센느 숲공원, 이곳은 나의 아지트가 되었다.  운동을 위해, 때론 마음을 달래기 위해,  때론 괴테처럼 책 읽고 사색하기 위해 나는 매일 이곳을 찾는다.  망종'의 계절, 지금처럼 좋은 계절,  이 시기에 집에만 있을 수는 절대 없다.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정말 바깥에서 시간보내기에 좋은 시기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권면한다. ' 좋은 장소 알아두고 가까운 이들과 약속을 정하세요. 장마전에 먹어야 할 과일을드세요.  각종 축제 일정에 맞춰 행복을 계획하세요.'

 

지금은 망종이다. 우리에게는 잠시 멈춰 서서 자신만의 조용한 공간을 찾아 나서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당신에게도 오늘 하루,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선물해보시길 권한다. 그것이 한적한 카페의 모퉁이 자리든, 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든, 혹은 마음에 드는 전시장의 한 작품 앞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이 온전히 당신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망종의 오후, 씨앗을 뿌리듯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을 심어보자. 그 시간들이 모여 당신만의 계절을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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