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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파리에서 노후를 준비하는 머니오백 팀장입니다.
늦어도 괜찮아요. 예순에 시작한 돈 공부 이야기, 오늘도 한 걸음 함께 가요.

노란 조끼를 입은
여든셋 순자 어르신
제6화
"오늘은 순자 어르신 댁부터 가요. 여든셋이신데, 작년까지만 해도 걱정이 참 많던 분이에요."
수요일 아침, 선영 선생님이 앞장서며 말했다. 하늘이 낮게 내려앉은, 첫서리가 내릴 것 같은 날이었다. 나는 손가방을 고쳐 메고 종종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흩어졌다.
요즘 나는 사회복지 실습을 나간다. 아직 실습생이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실습 담당인 선영 선생님을 병아리가 어미 닭 따르듯 졸졸 쫓아다니며, 어깨너머로 배운다. 선영 선생님은 이 동네에서 십 년 넘게 어르신들을 돌본 분이다. 그이가 어르신 손을 맞잡는 모습, 목소리 하나 낮추는 법을 보고 있으면, 사람을 대하는 일에도 나이테 같은 게 있다는 걸 알겠다. 나는 아직 그 첫 겹을 두르는 중이었다.
골목을 몇 번 꺾어 순자 어르신 댁에 닿았다. 낡은 철문에 붙은 페인트가 손톱만큼씩 일어나 있었다. 벨을 눌렀다. 딩동. 한 번, 두 번. 그런데 안에서는 기척이 없었다. 낮인데 어디 가셨나. 선영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 골목 끝에서 목소리가 화살처럼 날아왔다.
"아이고, 선영 선생! 왔능가?"
순자 어르신이었다. 그런데 그 차림이 뜻밖이었다. 샛노란 조끼를 걸치고, 목에는 이름표를 달랑달랑 걸고 계셨다. 한 손엔 기다란 집게, 다른 손엔 반쯤 찬 봉투. 여든셋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걸음이 어찌나 씩씩한지 조끼 자락이 나풀나풀 흔들렸다.
"어르신, 그 옷은 뭐예요? 어디 다녀오세요?" 내가 얼떨결에 물었다.
"나 일 나갔다 오는 길이여. 요 앞 공원 청소하고, 등하교 때 애들 길 건너는 것도 봐주고. 노인 일자리라고, 나라에서 일을 준당께."
'노인 일자리.' 책에서 봤다. 강의에서도 들었다. 시험 문제로도 풀었다. 그런데 여든셋 어르신의 갈라진 입에서 그 말이 툭 튀어나오니, 종이 위에 납작 눌려 있던 활자가 벌떡 일어나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어르신은 우리를 좁은 마루로 들이셨다. 방 안에선 오래된 장판 냄새와 마른 국화 냄새가 났다. 어르신은 손을 호호 불며 믹스커피를 타주셨다. 뜨거운 물에 가루가 스르르 풀리며 달큼한 김이 올라왔다. 노란 조끼를 벗어 무릎에 곱게 개어 놓으며, 어르신은 신이 나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셨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가 집에만 있었어. 영감 먼저 보내고, 자식들은 다 멀리 살고. 하루가 어찌나 긴지, 벽시계 초침 소리만 째깍째깍 세면서 텔레비전만 붙들고 살았제. 그런디 여기 선영 선생이 노인 일자리라는 걸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하신 거예요?"
"응. 한 달에 삼십만 원 조금 못 되게 받어. 큰돈은 아니제. 근디 오 선생, 나는 그 돈보다 나갈 데가 생긴 게 좋아. 아침에 눈뜨면 갈 데가 있고,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고. 일 끝나면 같이 일하는 할매들이랑 국숫집도 가고. 그게 어디여. 사람이 갈 데가 있어야 산 사람이제.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안 낀다잖어. 나 같은 늙은이도 자꾸 굴러댕겨야 녹이 안 슨당께."
나는 믹스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가만히 어르신을 바라봤다. 주름진 얼굴에 발그레 화색이 돌았다. 선영 선생님이 "작년까지 걱정이 많던 분"이라던, 그 겨울의 쓸쓸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텅 빈 방에서 초침 소리만 세고 계셨을 그 긴 하루가 자꾸 눈앞에 그려져서, 나는 괜히 코끝이 시큰했다. 노란 조끼 한 벌이, 어르신에게는 겨울 외투보다 따뜻한 무엇이었구나 싶었다.
어르신 댁을 나와, 다음 집으로 걸어가는 길. 찬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선영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노인 일자리가 저렇게 종류가 여러 갠가요?"
"크게 셋이에요." 선영 선생님이 손가락을 하나씩 꼽았다. "순자 어르신이 하시는 게 공익활동형이에요.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받는 분들이 하는 봉사 성격의 일이죠. 월 30시간에 30만 원쯤 받아요. 공원 정비나 아이들 등하교 지킴이 같은 거요."
"그것 말고도 있어요?"
"네. 좀 더 일하고 더 받고 싶은 분은 사회서비스형을 해요. 보육시설 보조나 디지털 안내 같은 일인데 최대 70만 원 넘게 받고요. 또 시장형은 실버카페나 반찬가게처럼 어르신들이 직접 운영해서 수익을 나눠요. 자기 몸 상태랑 형편에 맞게 옷 골라 입듯 고르는 거예요."
선영 선생님은 걸음을 조금 늦추며 목소리를 낮췄다.
"근데 이건 꼭 알아두세요. 인기 있는 자리는 선착순으로 눈 깜짝할 새 마감돼요. 한 사람이 하나만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순자 어르신처럼 기초연금 받는 분이 시장형처럼 수입이 큰 일을 하시면, 소득이 늘어서 기초연금이 깎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어르신 형편을 보고 맞는 유형을 같이 골라드려요. 한쪽을 당기면 다른 쪽이 딸려 오거든요."
한쪽을 당기면 다른 쪽이 딸려 온다. 나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걸으면서 수첩을 꺼낼 수는 없으니, 대신 머릿속 서랍에 하나하나 넣어두었다. 집에 가서 잊기 전에 꺼내 적을 참이었다. 연금이든 일자리든 건보료든, 세상의 제도라는 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실 한 가닥을 건드리면 줄 전체가 파르르 떨렸다. 나는 그 거미줄의 결을, 실습을 다니며 손끝으로 더듬어 가는 중이었다.
그날 저녁. 실습을 마치고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은 솜처럼 노곤한데 정신은 오히려 말똥말똥했다. 눈을 감으면 순자 어르신의 노란 조끼가 어둠 속에서 등불처럼 떠올랐다.
나는 식탁에 앉아 태블릿을 켜고 메모장을 열었다. 낮에 머릿속 서랍에 넣어둔 것들을 하나씩 꺼내 옮겨 적었다. 공익활동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선착순 마감. 기초연금과의 관계. 손끝이 화면 위를 또박또박 걸어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손이 자꾸 다른 길로 새기 시작했다.
메모장 아래쪽에, 나도 모르게 이런 문장 하나가 찍혀 있었다.
'나는 여든셋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순자 어르신은 여든셋에 노란 조끼를 입고 새벽 공원에 선다. 그럼 나는? 나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반평생 그 일을 해왔고, 좋아서 한 일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눈이 침침해지고 목소리가 사포처럼 갈라지는 날이 오면, 그때 나는 무엇으로 아침을 열까.
사실 나는 요즘 자꾸 그림 하나를 마음속에 그린다. 오래 묵혀둔 꿈이다. 작은 한국어 학당을 하나 여는 것. 그리고 그 옆구리에, 손바닥만 한 커피숍을 붙이는 것. 테이크아웃 위주로, 향 좋은 커피 몇 잔과 소박한 디저트를 파는 곳. 마당엔 꽃과 나무를 심어 계절이 드나들게 하고, 볕 드는 창가에선 외국 학생들과 한국어 수업을 하고, 수업이 끝나면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나누는. 그런 노년.
그 그림 한 장 때문이었다. 내가 예순 넘어 사회복지를 파고드는 것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겠다고 원두 냄새 자욱한 강의실에 앉아 저울에 커피를 다는 것도. 한국어 교사라는 오래 입어 낡은 옷 위에, 복지와 커피라는 새 옷을 덧입히고 싶었다. 노인복지를 알면 어르신도 품는 학당을 그릴 수 있고, 커피를 배우면 그 옆 작은 가게를 손수 꾸릴 수 있으니까. 실현될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꿈은, 꾸는 사람의 것이다.
'순자 어르신의 노란 조끼나, 내가 꿈꾸는 커피 앞치마나. 결국 한 벌의 옷이구나. 아침에 나를 일으켜 세우는 옷.'
나는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촘촘했다. 노후가 캄캄한 터널처럼만 느껴지던 게, 순자 어르신을 만난 뒤로 조금 달라졌다. 노후는 텅 빈 공백이 아니었다.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였다. 무엇을 그릴지는 내 손에 달려 있었다.
며칠 뒤였다. 바리스타 수업을 마치고 동네를 걷는데, 상가 이 층에 걸린 낡은 간판 하나가 눈에 걸렸다. '건강백세 헬스장.' 페인트가 바랜 글씨 너머, 통유리 안에서 러닝머신이 드르륵드르륵 돌아가고 있었다.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등이 땀으로 젖어 반질거렸다.
'그래. 뭘 하든, 몸이 성해야 하지.'
여든셋 순자 어르신이 씩씩하게 공원을 도는 것도, 결국 두 다리가 받쳐주기 때문이었다. 한국어 학당이든 커피숍이든, 내가 마음에 그린 그림도 결국은 건강이라는 도화지 위에 그려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곱게 색칠한 그림도, 종이가 찢어지면 한 줌 쓰레기일 뿐이니까.
나는 홀린 듯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땀 냄새와 고무 매트 냄새가 훅 끼쳤다. 카운터에 있던 젊은 직원이 반갑게 다가왔다. 팔뚝이 단단한 청년이었다.
"어서 오세요! 상담 받으러 오셨어요?"
"아, 그냥 좀 둘러보려고요. 저 같은 나이도 여기서 운동해도 되나 싶어서."
"그럼요, 어머님. 여기 이십 대 젊은 친구부터 사십 대, 육십 대 어르신까지 다양하게 오세요. 특히 사오십 대에 육십 대 분들이 제일 열심이시고요." 청년이 활짝 웃었다. "무리한 기구 말고, 걷기랑 가벼운 근력부터 시작하시면 돼요. 나이 드실수록 근육이 재산이거든요. 다리 힘 있어야 오래 걷고, 오래 걸어야 오래 사시고요."
근육이 재산이라. 나는 속으로 그 말을 곱씹었다. 통장 잔고도 재산이고, 나설 일터도 재산이더니, 이제는 근육까지 재산이란다. 나이 드는 일은, 재산 목록이 자꾸 늘어나는 일인 모양이었다.
청년은 회원권 종류며 운동 시간이며를 친절하게 늘어놓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지만, 그날은 결국 등록하지 않았다. 지갑을 열려다 말고, 팸플릿만 한 장 곱게 접어 가방에 넣었다.
"생각 좀 해보고 올게요."
"네, 어머님. 언제든 오세요. 마음먹으신 그날이 시작하기 딱 좋은 날이에요."
유리문을 밀고 나오니 찬 공기가 뺨을 때렸다. 등록은 못 했지만, 이상하게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언젠가 저 문을 다시, 이번엔 망설임 없이 밀고 들어갈 것이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나는 늘 그렇게, 남보다 반 박자 늦게, 그러나 기어이 그 반을 떼며 살아왔으니까.
집으로 오는 길, 나는 가방 속 팸플릿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연금을 미룬 것도, 사회복지를 배우는 것도, 바리스타를 익히는 것도, 이 헬스장 팸플릿 한 장도. 흩어진 구슬 같던 이 모든 것이, 실은 한 줄에 꿰이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노년을, 내 손으로 짓는 일.
"노후의 진짜 자산은 통장의 숫자만이 아니었다. 나설 일터와, 반겨줄 사람과, 나를 버텨줄 두 다리였다."
다음에 선영 선생님을 따라 순자 어르신을 뵈러 갈 땐, 따뜻한 벙어리장갑을 한 켤레 챙겨 가야겠다. 노란 조끼 입고 새벽 공원에 서 계실, 그 손이 시리지 않게. 그리고 슬쩍 여쭤봐야지. 어르신, 오늘도 국숫집 다녀오셨어요, 하고.
| 유형 | 활동비(월) | 대상 |
|---|---|---|
| 공익활동형 | 약 29만 원 | 만 65세↑ 기초연금 수급자 |
| 사회서비스형 | 최대 약 76만 원 | 만 65세↑ (일부 60세) |
| 시장형 | 활동비 + 수익 배분 | 만 60세 이상 |
💡 인기 유형은 선착순 마감, 1인 1일자리 원칙. 신청은 '노인일자리 여기(seniorro.or.kr)'·주민센터·시니어클럽 (☎ 1544-3388).
💡 시장형처럼 수입이 큰 일은 소득이 늘어 기초연금이 깎일 수 있어요. 미리 확인하세요.
※ 유형·급여·모집 시기는 지역과 연도에 따라 달라져요. 정확한 건 수행기관·주민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다음 편도 오백 팀장의 돈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기대해주세요.
— 머니오백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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