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안녕하세요
파리에서 노후를 준비하는 머니오백 팀장입니다.
늦어도 괜찮아요. 예순에 시작한 돈 공부 이야기, 오늘도 한 걸음 함께 가요.

대학촌 잔디밭에서 만난
스물다섯의 나
제3화
그날은 하늘이 유난히 맑았다.
종부세 소동이 지나가고 며칠 뒤였다. 한국어 수업이 없는 수요일. 나는 오랜만에 혼자 길을 나섰다. 파리 14구, 몽수리 공원 옆에 있는 '파리 국제 대학촌'. 마음이 답답할 때면 나는 가끔 이곳을 걷는다.
이곳은 전 세계 백사십 개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 모여 사는 기숙사촌이다. 백 년 전, 가난한 유학생들에게 싼 방을 내주려고 세웠다고 했다. 마흔 개가 넘는 기숙사가 저마다 제 나라의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스페인관은 붉은 벽돌로, 일본관은 기와지붕으로. 저만치 우리 '한국관'도 단정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걸었다. 사각사각, 발밑에서 마른 잔디가 울었다. 학생들이 여기저기 둘러앉아 있었다. 기타를 튕기는 무리, 책에 코를 박은 아이, 도시락을 나눠 먹는 연인.
'좋을 때다. 저 나이엔 가진 게 없어도 세상이 다 제 것 같지.'
벤치를 찾아 앉으려는데, 옆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어… 혹시 한국 분이세요?"
돌아보니 젊은 여자애였다. 스물다섯쯤 됐을까. 커다란 배낭에, 눈이 맑았다. 손에는 두꺼운 전공 책과 식은 커피가 들려 있었다.
"네, 한국 사람이에요. 여기 유학생이에요?"
"네. 소은이라고 해요. 석사 이 년 차예요. 한국말이 반가워서 그만…"
소은이는 멋쩍게 웃었다. 나는 옆자리를 내주었다. 그 애는 기다렸다는 듯 털썩 앉더니, 제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기숙사 방 하나를 얻으려고 일 년을 기다렸다는 것, 파리 원룸은 한 달에 백만 원이 넘어 엄두도 못 낸다는 것, 그런데 이 대학촌 기숙사는 오륙십만 원이면 되니 다들 눈에 불을 켠다는 것.
"이모님, 저는 돈 걱정 없이 공부만 하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려워요."
돈 걱정. 스물다섯도, 예순이 넘은 나도, 똑같이 하는 그 걱정.
"소은아, 그건 나이 들어도 똑같아. 이 이모도 요즘 돈 공부 하느라 머리가 아프거든."
"어머, 이모님도요?"
그 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저 나이엔, 나이 들면 돈 걱정쯤은 끝나는 줄 알았다. 웬걸. 종류만 바뀔 뿐, 걱정은 평생 따라다녔다.
소은이는 수업이 있다며 곧 일어났다. 배낭을 둘러메고 잔디밭을 총총 가로질러 갔다. 그 뒷모습을 보는데, 문득 마음 한구석이 근질거렸다.
'방값, 월세, 집…'
소은이의 방값 이야기가, 이상하게 한국의 내 오피스텔 두 채로 생각을 끌고 갔다. 전세를 끼고 사둔 그 작은 방들. 종부세는 대상이 아니라고 마음을 놓았는데, 또 뭔가가 걸렸다.
'가만. 나 임대사업자잖아. 월세도 조금 들어오고. 그 소득 때문에… 뭐가 또 있었는데.'
그때 마침, 단비에게서 카톡이 왔다. 단비는 은행에서 오래 일한, 돈 굴리는 데 밝은 후배다. 파리는 오후, 한국은 늦은 밤이었다. 잠도 없는 아이.
"오팀장 언니! 요즘 임대소득 있는 분들 건강보험료 조심해야 한대요. 피부양자에서 떨어지면 지역가입자로 넘어가서 보험료 폭탄 맞는대요."
또 폭탄이었다. 나는 헛웃음이 났다. 이 나라도 저 나라도, 돈 앞에선 다들 폭탄, 폭탄.
그런데 이번엔 지난번처럼 가슴이 철렁하진 않았다. 나는 이제 안다. 무섭게 들리는 말일수록, 침착하게 하나씩 뜯어봐야 한다는 걸.
'그래. 겁부터 먹지 말고, 알아보자.'
나는 벤치에 앉은 채로 단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잔디밭의 웃음소리를 배경으로, 나의 두 번째 공부가 시작됐다.
"단비야, 피부양자가 뭔데? 나 그거 떨어지는 거야?"
"언니, 하나씩 볼게요. 피부양자는요, 직장 다니는 가족 밑에 얹혀서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는 자리예요. 언니는 지금 하늘이 밑에 피부양자로 들어가 있죠?"
"응, 맞아. 회사 다니는 우리 첫째 밑에."
"그런데 무서운 규칙이 있어요. 원래 임대소득이 생기면, 그것도 사업소득이라 피부양자에서 떨어지는 게 원칙이에요. 사업자 등록만 해도요."
가슴이 덜컥했다. 나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이미 해둔 사람이었다.
"그럼 나 벌써 떨어진 거야?"
"잠깐만요, 언니. 여기 중요한 예외가 있어요. 주택 임대소득이 연 2천만 원 이하라서 '분리과세'로 처리되면, 그 소득은 피부양자 판단에서 빼줘요. 그럼 안 떨어질 수 있어요."
"2천만 원? 내 월세 다 합쳐도 그 근처도 안 가는데."
"그럼 언니는 괜찮을 가능성이 높아요. 다만 딱 잘라 말은 못 해요. 임대소득만 보는 게 아니라 연금이며 이자며 다 합쳐서 보거든요. 그 합계가 연 2천만 원을 넘으면 그때 피부양자에서 떨어져요."
나는 배낭에서 노트를 꺼냈다. 벤치에 펼쳐 놓고 볼펜을 눌렀다. 지나가던 유학생이 힐끗 봤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오팀장에게는 지금 이게 더 급했다.
'임대소득이 있어도, 연 2천만 원 이하면 빠질 수 있다. 대신 연금·이자까지 다 합쳐 2천만 원을 넘으면 떨어진다. 그게 핵심이구나.'
"단비야, 그럼 만약에 떨어지면? 보험료가 확 오르는 거야?"
"떨어지면 지역가입자가 돼요. 소득이랑 재산을 따져서 보험료를 새로 매기니까, 매달 새로 나가는 돈이 생겨요. 그게 사람들이 '폭탄'이라 부르는 거예요. 근데 언니, 그것도 대비책이 있어요."
"대비책?"
"네. 소득이 갑자기 줄면 보험료 조정 신청으로 낮출 수 있고요. 자격이 헷갈리면 건강보험공단(1577-1000)에 전화하거나, 공단 홈페이지랑 앱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직접 진단해볼 수 있어요. 미리 알면 하나도 안 무서워요."
미리 알면 안 무섭다. 그 말이 좋았다. 꼭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았다.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잔디밭을 둘러봤다. 소은이는 벌써 저 멀리, 기숙사 건물 사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저 아이는 아직 모를 것이다. 세금이며 건강보험이며, 나이 들수록 알아야 할 게 이렇게 많다는 걸.
하지만 나도, 예순이 넘어서야 이걸 배우는 중이었다. 소은이나 나나, 결국 한 걸음씩 배워 가는 건 똑같았다. 스물다섯의 방값 걱정과, 예순의 건보료 걱정. 나이만 다를 뿐, 우리는 같은 길 위에 서 있었다.
나는 노트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가 기울며 기숙사 지붕들이 붉게 물들었다. 한국관 위로도 노을이 내려앉았다.
"돈 공부는, 걷다가도 배우는 거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괜히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늘도 하나 배웠고, 잠깐이지만 스물다섯의 나를 만나고 왔으니. 그걸로 됐다.
| 이럴 땐 유지 🙆♀️ | 이럴 땐 탈락 🙅♀️ |
|---|---|
| 주택 임대소득이 연 2천만 원 이하(분리과세) → 소득 합산에서 제외 | 임대·연금·이자·배당 등 합산 소득이 연 2천만 원 초과 |
| 보험료 0원 (직장 다니는 가족 밑 피부양자 유지) | 지역가입자 전환 → 소득·재산 따져 보험료 새로 부과 |
💡 탈락해도 방법은 있다 — 소득이 줄면 보험료 조정 신청으로 낮출 수 있고, 자격이 헷갈리면 공단 홈페이지·앱에서 자격 진단(☎ 1577-1000).
※ 기준·금액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정확한 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세무사에게 확인하세요.
📮 다음 편도 오백 팀장의 돈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기대해주세요.
— 머니오백 팀장

'커피 한잔 생활 상식 토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개별 주식 말고 ETF 인덱스 — 국민연금처럼 운용하는 법 (0) | 2026.08.27 |
|---|---|
| 퇴직연금 38.8% 수익률 고수 — 일반인이 따라하면 안 되는 이유 (0) | 2026.08.26 |
| 내 반응 방식에 주목하라 — 기본 설정값 이해하기 (0) | 2026.08.20 |
| 물건 3년 기준으로 버리기 — 공간을 비우면 인생도 비워진다 (0) | 2026.08.19 |
| 국민연금 더 받는 5가지 전략 — 임의가입부터 연기연금까지 완전 정리 (0) | 2026.08.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