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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파리에서 노후를 준비하는 머니오백 팀장입니다.
늦어도 괜찮아요. 예순에 시작한 돈 공부 이야기, 오늘도 한 걸음 함께 가요.


 

파리 사는 오백 팀장

"그런 게 있었어?"
취업 준비만 해도 나라가 돈을 준다

제7화

 

"오팀장아, 우리 딸 때문에 내가 아주 속이 문드러져."

뜨거운 탕 속에서, 옥자 언니가 불쑥 그 말을 꺼냈다. 목까지 물에 담근 채였다. 김이 자욱한 목욕탕 천장에서 물방울이 똑, 똑 떨어졌다. 저쪽 구석에선 누군가 바가지로 물을 끼얹는 소리가 촤아, 하고 울렸다.

옥자 언니는 이 동네 목욕탕에서 십 년 넘게 얼굴을 튼 사이다. 탕 속에선 계급도 체면도 다 벗어놓게 마련이라, 우리는 맨몸으로 앉아 속엣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언니가 한숨을 쉬면 그 한숨이 김에 섞여 내 얼굴까지 닿았다.

"왜, 딸이 무슨 일 있어요?"

"우리 막내 있잖아. 스물일곱인데, 곧 대학원 졸업이야. 졸업하고 놀 순 없다고 벌써부터 취업 준비를 하는데, 그게 어디 쉽나. 몇 달째 이력서만 쓰고 또 쓰고. 남들은 그 좋은 공부 했으니 금방 되겠다 하는데, 요즘 세상이 그렇지가 않더라고. 애는 자꾸 풀이 죽고, 통장은 비어가고."

언니의 목소리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나는 물을 한 바가지 떠서 어깨에 끼얹으며 가만히 들었다. 남의 자식 이야기인데도 남 일 같지가 않았다. 부모 마음이란 게 다 그렇지 싶었다.

"돈이라도 좀 벌면서 준비하면 나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아이고, 저걸 어쩐다니."

그때 내 머릿속에 뭔가 반짝, 하고 스쳤다. 요즘 이것저것 공부하며 주워들은 것 중에, 구직자를 돕는 제도가 있었다. 이름이… 국민취업지원제도였던가.

'가만, 그거 있잖아. 취업 준비하는 사람한테 생활비까지 준다던 그거. 옥자 언니 딸이 딱 그 경우 아닌가.'

"언니, 내가 잘은 몰라도, 그런 사람들 도와주는 나라 제도가 있는 것 같던데. 내가 좀 알아보고 알려줄게요."

"어머, 정말? 그런 게 있어?"

언니가 물속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몇 달을 가라앉아 있던 얼굴에, 처음으로 물기 아닌 빛이 돌았다. 나는 괜히 큰소리를 친 게 아닌가 싶어, 얼른 덧붙였다.

"내가 확실히 알아보고 연락할게. 오늘 집에 가서 바로."

 
✽ ✽ ✽
 

목욕탕에서 나와 집에 오는 길, 나는 이미 마음이 급했다. 머리카락이 채 마르기도 전에 휴대폰을 들었다. 단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행에서 오래 일한, 돈이며 지원 제도며 훤히 꿰는 후배다.

"단비야, 국민취업지원제도라고 있지? 아는 언니 딸이 곧 대학원 졸업인데, 미리 취업 준비를 해도 잘 안 돼서 말이야."

"아, 언니. 그거 딱 그런 분들 위한 제도예요." 단비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회사 다니다 그만둔 사람은 실업급여를 받잖아요. 근데 학생이거나 오래 취업 준비만 한 사람은 그게 없죠. 그런 사람들 구직 상담이랑 훈련을 해주면서 생활비까지 보태줘요."

"생활비를? 얼마나?"

"1유형은 현금 중심이에요. 구직촉진수당이 월 60만 원, 6개월. 취업 준비하는 동안 이 돈이 나와요. 2유형은 훈련비랑 활동비 위주고요. 특히 그 따님처럼 청년은 소득 기준이 완화돼서 문이 더 넓어요. 될 가능성이 커요."

가뭄 끝에 단비 소식 같았다. 나는 식탁에 앉아 태블릿 메모장을 펼쳤다.

"게다가 취업에 성공하면 성공수당도 나와요. 6개월 다니면 50만 원, 1년 채우면 100만 원, 합쳐서 최대 150만 원. 취업까지 등을 밀어주는 거죠. 대신 언니, 이건 꼭 일러주세요."

좋은 말 끝엔 늘 당부가 붙는 법이었다.

"신청만 한다고 돈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에요. 구직활동을 성실히 해야 수당이 나와요. 상담도 받고 이력서도 내고.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소득을 꼭 신고해야 하고요. 신청은 '고용24'라는 사이트나 가까운 고용센터에서 하면 돼요. 상시 접수라 아무 때나 되고요."

나는 손끝으로 화면을 또박또박 눌러가며 받아 적었다. 1유형 60만 원, 성공수당 150만 원, 고용24. 남의 집 자식 밥그릇을 챙기는 마음이 이렇게 애틋할 줄이야.

전화를 끊고, 나는 곧장 옥자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 번 가기도 전에 언니가 받았다. 종일 이 전화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언니, 나 다 알아봤어요." 나는 배운 것을 차근차근 풀어놓았다. 언니는 수화기 너머에서 "어머, 어머"를 연발했다.

"근데 언니,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야. 더 자세하고 정확한 건, 내 후배 단비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나아요. 이런 거 훤한 애니까, 번호 넘겨줄게. 전화해봐요."

"아이고, 오팀장아. 이 은혜를 어째. 다음에 목욕탕에서 등 밀어줄게, 꼭."

언니의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오랜만에 듣는 밝은 웃음이었다.

 
✽ ✽ ✽
 

그로부터 나흘쯤 지난 저녁이었다. 옥자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아예 딴사람이었다.

"오팀장아! 나야, 옥자야. 아이고, 자네 후배 단비 씨가 어찌나 친절한지. 딸이랑 통화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줬어. 우리 애가 그거 듣고 눈이 아주 반짝반짝해졌다니까."

"잘됐네요, 언니. 따님이 좋아했어요?"

"좋아만 했겠어. 아주 물 만난 고기야. 그날로 고용센터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고, 고용24인가 뭔가도 들어가 보고. 상담 예약까지 저 혼자 다 잡았다니까. 몇 달을 방구석에서 이력서만 붙들던 애가, 이제 아침마다 나갈 채비를 해."

나는 그 말에 코끝이 찡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력서만 쓰던 스물일곱 아가씨가, 제 발로 문을 열고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거 봐요, 언니. 몰라서 못 하는 거지, 알면 다 길이 있어."

"정말 그래. 오팀장 아니었으면 우린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을 거야. 정말 고마워. 자네 덕에 우리 딸이 기지개를 켜."

전화를 끊고,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저녁놀이 번지고 있었다. 마음이 이상하게 뿌듯하고 따뜻했다.

돌아보면, 내가 돈 공부를 시작한 건 순전히 내 앞가림 때문이었다. 노후가 무서워서, 세금이 무서워서, 나 하나 지키자고 시작한 공부였다. 그런데 오늘, 그 공부가 나를 넘어 옆 사람에게로 흘러갔다. 목욕탕에서 주고받은 한숨 하나가, 몇 달을 웅크렸던 한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내가 공부한 게, 나 하나 살자고 한 건데. 이렇게 남을 돕는 데도 쓰이는구나.'

앎이란 게 그런 것이었다. 등불 하나에 불을 붙이면, 그 불로 옆의 등에도 불을 옮길 수 있다. 내 등이 꺼지는 것도 아닌데, 세상은 그만큼 더 밝아진다. 나는 오늘, 내 등불로 옥자 언니네 창에 작은 불빛 하나를 옮겨 단 셈이었다.

"내가 배운 것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누는 순간, 그것은 누군가의 길이 되었다."

다음 목욕탕 날엔, 옥자 언니에게 등을 맡겨볼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딸 취업 소식을 느긋하게 듣는 것도 좋겠지. 그날의 김은, 오늘보다 한결 따뜻할 것이다.

 
📌 오백 팀장의 노트 — 국민취업지원제도
구분 핵심 지원
1유형 (현금 중심) 구직촉진수당 월 60만 원 × 6개월
2유형 (서비스 중심) 훈련비 · 활동비 지원
공통 취업 성공 시 성공수당 최대 150만 원

💡 청년(15~34세)은 소득 기준이 완화돼 문이 더 넓어요. 고용보험 밖 구직자(사회초년생·경력단절 등)가 대상.

💡 단순 신청만으론 안 나와요 — 구직활동 성실 이행 필수, 아르바이트 소득은 신고. 신청은 고용24(work24.go.kr)·고용센터, 상시 접수.

※ 유형·금액·요건은 시점에 따라 달라져요. 정확한 건 고용24나 가까운 고용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다음 편도 오백 팀장의 돈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기대해주세요.

— 머니오백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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