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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파리에서 노후를 준비하는 머니오백 팀장입니다.
늦어도 괜찮아요. 예순에 시작한 돈 공부 이야기, 오늘도 한 걸음 함께 가요.


 

 

파리 사는 오백 팀장

연금, 당길까 미룰까
두 전문가의 의견 차이의  밤

제5화

 

"국민연금, 언제 받느냐. 이게 노후의 절반을 가릅니다."

토요일 오후, 노인복지학 강의실이었다. 교수님이 칠판에 큼직하게 세 글자를 적었다. 조. 기. 연.

나는 얼른 받아 적었다. 요즘 나는 사회복지사 공부를 한다. 주말마다 세미나를 들으러 다닌다. 광주에서, 창원에서, 대전에서. 가방 하나 메고 기차를 타고 내리는 날들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강의실엔 스무 살 청년부터 머리 희끗한 분까지 나이가 골고루다. 요즘은 나이 상관없이 이 공부를 하는 사람이 참 많다.

그날 과목은 노인복지학이었고, 주제가 하필 '노후 소득 보장', 그러니까 국민연금이었다.

교수님은 조기수령과 연기수령을 칠판 가득 그려가며 설명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오래 남았다.

"여러분, 여기서 제가 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연금은 사람마다 답이 다 달라요. 건강, 소득, 수명, 가족 상황까지 다 얽혀 있으니까요. 그러니 남의 말만 듣지 말고, 꼼꼼히 따져보고, 검색해보고, 필요하면 공단이나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결국 선택은 여러분 몫입니다."

선택은 여러분 몫. 그 말이 강의실을 나서는 내 등을 가만히 밀었다.

쉬는 시간,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는데 옆자리 분이 말을 걸어왔다.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아까 그 연금 얘기, 머리 아프죠? 저는 남편이 예순 초반인데 벌써 당겨 받겠다고 난리예요."

"어머, 우리 집이랑 똑같네요. 남자들은 왜 다 빨리 받으려는지."

그분이 소리 내어 웃었다. 종이컵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같은 고민을 안고 산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다. 다들 이 나이엔 비슷한 숙제를 품고 사는 모양이었다.

그날 들은 이야기는, 기차를 타고 집에 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도 슬슬 정해야 할 텐데. 당길까, 미룰까.'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저녁이었다. 밥상을 차리는데, 남편이 텔레비전을 보다 말고 불쑥 말했다.

"여보, 나 연금 나오면 바로 받을란다. 예순셋부터 당겨서."

나는 국 뜨던 국자를 딱 멈췄다. 며칠 전 강의실에서 들은 그 이야기가, 남편 입에서 튀어나왔다.

"당겨 받아? 그럼 깎인다던데."

"깎여도 빨리 받는 게 낫지. 사람 일 모르는 거야. 언제 어떻게 될 줄 알고 미뤄."

남편은 나보다 두 살 위다. 예순 중반이 코앞이라, 요즘 부쩍 이런 말을 꺼낸다. 나는 밥그릇을 내려놓고 남편을 봤다.

"여보, 그거 함부로 정하면 안 돼. 우리 둘 다 퇴직연금도 없잖아."

그건 사실이었다. 남편은 외국계 회사에 오래 다녔다. 큰 회사도 아니고, 중간 규모의 외국계. 그래서 나처럼 지역가입자였고, 퇴직하면 나올 퇴직연금 같은 것도 없었다. 우리 부부에게 국민연금은, 노후에 거의 유일하게 다달이 나올 돈이었다.

"마지막 동아줄인데, 이걸 당겨서 깎이면 어쩌려고."

"그럼 어쩌라고. 미루면 뭐 얼마나 더 준다고."

남편이 퉁명스레 되받았다. 나도 사실 정확히는 몰랐다. 강의에서 들었지만, 숫자까지 또렷하진 않았다. 아는 척 우기고 싶지 않았다.

궁금한 걸 못 참는 성미다. 이튿날 아침,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다엘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독자가 칠십만이 넘는 경제 유튜브를 운영하는 후배다.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어, 방송에선 제법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나한테는 늘 스스럼없는, 편한 후배였다.

"다엘아, 아침부터 미안. 국민연금 일찍 받으면 얼마나 깎여?"

"누님, 아침 댓바람부터 공부시네요." 다엘이 껄껄 웃었다. "조기수령은 1년 당길 때마다 6퍼센트씩 깎여요. 5년 당기면 30퍼센트가 줄고요. 그것도 한 번 깎이면 평생 그 금액이에요. 되돌릴 수가 없어요."

평생. 그 두 글자에 등골이 서늘했다.

"그럼 미루면? 미루면 더 준대?"

"반대예요. 연기수령은 1년 미룰 때마다 7.2퍼센트씩 붙어요. 5년 미루면 36퍼센트나 더 받죠. 게다가 연기는 중간에 취소도 돼요. 그리고 누님, 이왕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알려드릴게요. 연금이 적다 싶으면 키우는 방법도 있어요."

"키워? 연금을 어떻게 키워?"

"과거에 못 낸 게 있으면 '추후납부'로 나중에 몰아 낼 수 있어요. 경력 단절이나 쉬었던 기간이요. 그리고 예순이 넘어도 '임의계속가입'으로 몇 년 더 낼 수 있고요. 이렇게 하면 연금액이 쑥 올라가요. 실제로 육십만 원 받던 분이 구십만 원까지 올린 경우도 봤어요."

솔깃했다. 나는 노트에 또박또박 적었다. 추후납부. 임의계속가입. 연기수령 36퍼센트. 미루고, 더 내서, 키운다. 어쩐지 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다엘아, 고마워. 나 이제 좀 알겠다. 미루고 키우는 게 낫겠네."

전화를 끊고, 나는 남편에게 자랑스레 말했다. "여보, 우리 연금 미루자. 미루면 36퍼센트나 더 준대." 남편은 심드렁하게 "그래?" 하고 말았다.

그렇게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던 참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일이 묘하게 틀어졌다.

그날 밤, 나는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유튜브를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경제 채널의 영상 하나가 눈에 걸렸다. 제목이 대뜸 이랬다. "국민연금, 무조건 60세에 당겨 받아라."

'뭐? 당겨 받으라고? 미루는 게 낫다며?'

나는 홀린 듯 영상을 눌렀다. 화면 속 전문가는 단호했다.

"여러분, 국민연금공단에 직접 확인해보세요. 65세에 100만 원 받을 걸 60세에 70만 원 받는 경우, 그렇게 많지 않아요. 연기연금은 생각보다 늘어나는 게 작고, 조기연금은 일찍 받는 만큼 다 보상이 됩니다. 당연히 당겨 받는 게 유리한 경우가 많아요."

나는 그만 멍해졌다. 며칠 전 다엘은 "미뤄서 키워라"라고 했는데, 이 사람은 "당겨 받아라"라고 했다. 두 전문가가, 내 거실에서 정반대로 싸우고 있는 셈이었다.

'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미루라는 사람, 당기라는 사람. 다 전문가라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리모컨을 든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때, 강의실에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남의 말만 듣지 말고, 꼼꼼히 따져보고, 스스로 판단하세요. 선택은 여러분 몫입니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다엘도, 유튜브 속 저 사람도, 틀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둘 다 맞았다. 다만 서로 다른 사람을 향해 한 말이었을 뿐이다.

오래 살 사람, 여유가 있는 사람에겐 '미뤄서 키우라'는 말이 맞다. 당장 생활비가 급한 사람, 건강이 걱정인 사람에겐 '당겨 받으라'는 말이 맞다. 정답은 전문가에게 있는 게 아니라, 내 삶에 있었다. 교수님이 "선택은 여러분 몫"이라 한 건, 무책임한 말이 아니라 가장 정직한 말이었다.

나는 다시 다엘에게 카톡을 보냈다. 밤이 늦었지만, 궁금한 걸 참을 수 없었다.

"다엘아, 어떤 영상은 당겨 받으라던데. 뭐가 맞아?"

답이 곧 왔다.

"둘 다 맞아요, 누님. 그래서 누님 예상 연금액부터 봐야 해요. 사람마다 답이 다르거든요. '내 곁에 국민연금' 앱에서 조기·정상·연기별로 다 나와요. 그 숫자를 보고, 누님 건강이랑 생활비 사정까지 얹어서 판단하시면 돼요. 아, 그리고 지역가입자시니까 하나 더. 건강보험료 고지서 받으면 조정 신청 같은 거 챙기실 게 있어요. 연금이랑 건보료는 붙어 다니니까요."

건보료. 지난번에 배운 그 녀석이 또 고개를 내밀었다. 세금이든 연금이든 보험이든, 결국 다 한 줄로 이어져 있었다. 하나를 당기면 다른 하나가 딸려 오는, 촘촘한 그물처럼.

나는 노트를 덮고 남편 옆에 앉았다. 텔레비전에서는 늦은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내일 저녁에 연금액 같이 뽑아보자. '내 곁에 국민연금' 앱에서 바로 볼 수 있대. 당신 것도, 내 것도. 숫자 보고 정하자. 남들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말고."

"어이구, 우리 오팀장 또 숙제 하나 만들었네."

남편이 픽 웃었다. 싫은 웃음은 아니었다. 하긴, 남편도 알 것이다. 이 실랑이가 결국 우리 두 사람의 남은 삶을 두고 벌인 이야기라는 걸.

돌아보면, 그 밤 나를 붙든 건 '누구 말이 맞느냐'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맞는 답은 무엇이냐'였다. 세상엔 전문가가 많고, 그들의 말은 저마다 옳다. 하지만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사람은 없다. 그러니 결국, 답은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전문가의 답은 여럿이다. 하지만 내 삶에 맞는 답은 내가 찾는 것."

"그래, 내일 저녁에 같이 보자." 남편이 리모컨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한마디에, 며칠을 짓누르던 숙제가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 오백 팀장의 노트 — 국민연금, 언제 받고 어떻게 키울까
선택 변화 이런 분께
조기 (최대 5년 당김) 최대 −30% (평생 고정) 당장 생활비 필요·건강 걱정
정상 그대로 무난한 기본
연기 (최대 5년 미룸) 최대 +36% (취소 가능) 여유 있고 장수 예상

💡 연금 키우는 법 — ①추후납부(과거 못 낸 기간을 나중에 납부) ②임의계속가입(60세 넘어도 몇 년 더 납부). 둘 다 연금액을 높여줘요.

💡 지역가입자는 연금·소득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달라져요. 고지서를 받으면 조정 신청 등 챙길 것을 확인하세요.

※ 조기·연기의 유불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건강·소득·수명). 전문가 의견도 갈릴 수 있으니, '내 곁에 국민연금' 앱·공단(☎ 1355)에서 예상액을 확인하고 본인 상황으로 판단하세요.

📮 다음 편도 오백 팀장의 돈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기대해주세요.

— 머니오백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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