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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꽃보다 마흔 님과 함께하는 매일매일 글쓰기에서 활동하고 있는 쨍하고 해뜬날입니다.
저의 꿈은' 내 인생에서 1권의 책'을 출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결심했습니다.
1년에 최소한 50권의 책을 읽고 도서 후기를 쓰자!
그리고 반드시 책 1권을 출판하자'라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저의 글쓰기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나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생각하며 느끼며 배우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혼생 걷기’, 즉 '혼자 생각하며 걷기' 미션을 완료하지 못했다. 7500보를 걸으려 했지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3000보를 더 걸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은 걸을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엄마를 보고 왔기 때문이다.

 

엄마를 만나고 난 뒤, 나는 모든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음은 축 처지고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으며, 감정은 텅 빈 채로 남아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허하다’는 기분이 바로 이럴 것이다. 의욕이 사라지고, 나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진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자꾸만 집에 가자고 보채는 엄마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는 무능력함이 나를 짓누른다.

 

엄마는 벌써 5개월 넘게 요양병원에 계신다. 처음에는  낙관적인 희망을 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는 점점 더 집에 가고 싶어 한다.

'여기서 죽기 싫다. 죽더라도 네 아빠 곁에서 죽고 싶다.

내가 먹고 싶은 것 다 시켜서  먹고 네 아빠에게 사랑받다가 가고 싶어'라고 말씀하신다.

"엄마, 일어나 봐. 그러면 집에 같이 갈 수 있어,’ 나는 말한다.

‘ 나 이제 일어날 수 있어. 이제는 건강해, 봐봐.’

엄마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휠체어의 바퀴를 꽉 잡으며 힘겹게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애를  쓴다. 그러나 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허벅지부터 엉덩이까지는 전혀 반응이 없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체마냥  영혼 없는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는 현실이 내 입의 힘을 다 뺏어가고 쿵하니 !  큰 바위가 내 심장을 짓누른다.

'엄마가 걷기만 하면 언제든지 집에 갈 수 있어. 근데  움직이질 못하니까 집에 못 가는 거야. 지금 이 상태로  집에 가면 누가 엄마를 돌봐 줄 수 있겠어?

아빠도 엄마를 돌봐 줄 수 없어. 엄마가 일어나지 못하는데 대소변을 누가 처리해 줄 수 있겠냐고?

다들 바빠서 언니도, 나도, 동생도 엄마 곁에서 24시간 돌볼 수가 없어'.

 

엄마는 나를 볼 때마다  ‘집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 그리운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절절하다. 나도 엄마가 차라리 집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지만, 누가 엄마를 돌볼 수 있겠는가? 아빠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돌보는 것도 힘들어하시고, 언니와 나는 물론 동생도 엄마를 계속해서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옛날 같으면 자식이나 며느리가 당연히 부모를 모셨겠지만, 요즘에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며느리들은 그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한국에 머문 지 5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엄마를 개인적으로 찾아온 며느리들은 아무도 없다. 오직 나와 언니, 아빠, 그리고 가끔 남동생만이 얼굴을 비출 뿐이다. 3명의 며느리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그들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도 좋은 며느리라고 자부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이 시대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양심만이라도 점점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엄마는 곱고 우아하게 단장하시며 집안을 꽃으로 화사하게 꾸미셨고, 노래교실과 목욕탕을 다니시며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그런 분이 집에도 가지 못하고 감옥 같은 병원에 매일 갇혀 지내시니, 그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시겠는가! 말동무라도 온전한 정신을 가진 분들이 아니라서 대화다운 대화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나 좀 집에 데려다줘, 제발!’ 하고 외치실 수밖에 없다.

 

인생이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일까? 늙어가는 과정이 이렇게 초라하고 무력한 것이란 말인가? 갑자기 철학자의 흉내를 내본다. 착잡하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펜을 집었다. 엄마에 대한 모든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자식에게 한없이 사랑을 베풀고 싶어 한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의 마음은 더 저리고 에리며 , 차라리 본인이 아프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자식은 다른 것 같다. 부모의 사랑과 헌신을 이해하면서도,  부모보다 자신의 삶과 가족이 우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 혼자만 이런 마음일까? 이것을 어떤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불효자라고 불러야 할까? 그러나 그것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자녀들도  각자의 삶에 충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  매일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누굴?. 

 

"엄마, 미안해."

코끝이 찡해지고 그렁한 눈물을 머금은 채, 표현할 마땅한 어휘를 찾지 못한 내 마음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다.

 

 

 

 

오늘도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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