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안녕하세요!!
저는 꽃보다 마흔 님과 함께하는 매일매일 글쓰기에서 활동하고 있는 쨍하고 해뜬날입니다.
저의 꿈은' 내 인생에서 1권의 책'을 출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결심했습니다.
1년에 최소한 50권의 책을 읽고 도서 후기를 쓰자!
그리고 반드시 책 1권을 출판하자. 그러다가 활동을 함께하는 동료를 통해 '꽃보다 마흔과 함께하는 매일매일 글쓰기'라는 모임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오늘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글쓰기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나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생각하며 느끼며 배우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저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집니다.

 

 

나는 요즘 글을 쓸 때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글씨체에 대해 매우 예민해진 것이다. 워드 문서를 열고 첫 글을 쓰면 기본 설정인 '맑은 고딕(본문)'체로 시작된다. 그러면 나는 얼른 내가 좋아하는 글씨체로 바꾸곤 한다. '새 굴림체', 'HY 그래픽 M', 또는 'HY 엽서체'로 바꾸고, 글자 크기도 11에서 12로 조정하며, 글의 간격도 눈에 보기 적당한 크기로 맞춘다. 글자색도 연한 색에서 굵은 검은색으로 바꾸고, 줄 간격과 단락 간격까지 세심하게 조정한 후에야 글을 쓰는 버릇이 생겼다.

 

 

세월이 흐르면서 글씨가 점점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안경점에 가고 안과를 방문했지만 다행히도 이렇다 할 병명은 없었다. 그저 "노안에 의한 현상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세요"라는 말만 들었다. 다행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알 수 없는 슬픔이 자리잡은 느낌이다. 더 이상 눈이 흐릿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 나도 이제 눈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하나? 언제부터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을까? 갑자기 "세월에는 장사 없다"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네이버 앱을 켜서 이 속담의 정확한 의미가 궁금해 국어사전을 찾아본다. 이 또한 새로운 버릇이다. 글을 쓰면서 생겨난 버릇이다. 좋은 현상이 아닐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힘이나 능력 등이 떨어지게 되다.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늙는다." 얼추 비슷하게 속담의 의미를 짐작했음에 조금은 흐뭇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것 다 학교 다닐 때 배우고 익힌 것인데, 이것마저 점점 잊어가고 있나?"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문득 "내가 왜 워드 문서를 열었지? 내가 이런 글을 쓰려고 했나?" 떠오른다. 그래, 이제 다시 생각이 났다. 나는 이번 주 글쓰기의 주제인 "지금껏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져요"를 쓰려고 워드 문서를 열었던 것이다. 곰곰이 이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해 본다. "나는 과연 무엇을 쓸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해본 적이 없을까?" 솔직히 많이 있지 않을까? 누구나 마음 한 켠에 간직해 두고 있는 비밀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의 섣부른 판단은 아니겠지요.

 

 

자꾸 내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있다. 이 글의 주제를 처음 읽었을 때 무엇을 쓸까 고민하던 중 아침에 문득 그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잊고 지냈던, 까마득하게 내 기억 속에 사라져 가는, 그 흔적마저 흐릿해지고 있는 오래전 튀니지 국립 박물관에서 보았던 옛 궁전 터나 조상들이 사용했던 여러 가지 그림이나 판화들의 흐릿한 모습과 흡사한 추억이다.

 

 

그런데 "지금껏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져요"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하니 그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대학교 4학년 때 나는 열심히 교회 활동을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회 도서관에서부터 시작하여 학교에서 전도도 하였고, 크고 작은 동아리 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바쁜 일정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럴 때쯤 주변의 권유로 청년부를 이끌고 있는 남자 리더 3분의 식사를 담당하게 되었다.

 

 

할머니, 엄마, 그리고 세 분의 언니가 있어서 나는 주도적으로 부엌에 들어가서 밥을 하거나 반찬을 만들어 보지 않았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집안 청소였다. 부지런하시고 건강하신 할머니와 엄마가 계셨기에, 그리고 부엌 잔심부름 정도는 언니들이 대부분 맡아서 하고 있었기에 나의 유일한 집안일은 청소였다. 내가 방 청소나 마루 청소를 깨끗이 한 날에는 칭찬을 엄청 받았다. "아이고 우리 집 막내딸이 집을 깨끗이 청소하니까 집이 반짝반짝 훤하네. 오매 착한 거, 우리 집 막내 딸 이쁘네!" 이처럼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면 엄마부터 할머니까지, 때론 언니들로부터 칭찬을 받곤 했다. 그리고 때론 맛있는, 그렇지만 그 당시 귀했던 빨갛게 익은 대추나 곱고 반지르르하게 깎아놓은 밤, 그리고 진한 빨강으로 잘 익은 홍시를 엄마는 내 손에 듬뿍 담아 주시곤 했다.

 

 

대학 4학년 때까지 부엌일을 많이 해보지 않았던 나였지만 주변인의 권유가 있었기에 작은 아르바이트라 생각하고 작은 용돈도 벌겠다는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했다. 반찬과 국, 찌개를 내가 먹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요리법과 재료를 준비해 열심히 식사를 준비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튜브가 없었다. 1980년대였으니 어찌 유튜브가 있었겠는가? 심지어 나는 요리 솜씨 좋은 엄마로부터 늘 맛있는 음식을 먹어왔고, 그런 엄마의 음식을 기억하며 요리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맛있게 요리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흐르고 두 달이 흘러갈 즈음이었다. 내가 요리한 국과 찌개를 먹는 그들의 표정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을 느꼈다. 뭔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선뜻하지 못하고 어쩡쩡한 몸짓을 여러 번 보게 되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뭐지? 왜 그렇지? 나한테 뭐 할 말 있나?' 그렇게 한 달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두 달이 시작될 즈음, 어느 날 한 리더님이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라며 나를 조용히 사람들 없는 곳으로 불러내셨다.

 

 

"자매님, 혹시 자매님 집에서는 미역국을 잘 안 드시나요?" "아니요, 매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먹는 편이에요. 식구가 많아서 생일도 많으니까 미역국 자주 먹는 편인데요. 왜요?" "그럼 자매님 집에서는 미역국에 무엇을 넣어 드시나요?" "음, 고기도 넣고, 또 조개도 넣는 것 같고, 멸치도 넣는 것 같은데요. 보통 미역국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먹지 않나요?" "네, 맞아요. 그러면 자매님 집에서는 미역국에 돼지고기도 넣나요?" "네, 그런 것 같은데요. 무슨 고기인지 잘 모르지만 암튼 고기를 넣어서 미역국 끓여요. 왜요? 뭐가 잘못됐나요?" "자매님, 미역국에는 돼지고기를 안 넣어요. 쇠고기만 넣어요. 지금까지 자매님이 열심히 요리해 주셔서 아무 불평 없이 먹었지만, 더 이상은 못 먹겠다고 다들 그러네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미역국에는 돼지고기를 넣지 않습니다. 소고기만 미역국에 사용합니다."

 

 

어머나, 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어떻게 미역국에 소고기만 넣는다는 것을 몰랐을까? 미역과 함께 익혀져 국물에 둥둥 떠 있는 고기는 내 눈에 소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또한 지금껏 미역국을 먹으면서 젓가락으로 고기만 족집게처럼 집어 올려 엄마에게 "엄마, 이 고기는 소고기예요? 아니면 돼지고기예요?"라고 물어볼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저 맛있게 요리해주신 엄마표 미역국을 감사한 마음으로 냠냠 먹었을 뿐이다.

 

 

대학교 4학년 때 일어난 이 미역국 사건은 수많은 기억 속 퍼즐 중 하나로 여전히 남아 있다. 세월의 지나간 흔적들로 인해 색감이  빛 바랜 판화처럼 흐릿하지만 여전히 그 자국은 남아 있는 것처럼 나는 미역국을 끓일 때 "소고기를 넣는다"는 것을 절대 잊지 않는다. 교회에서 식사 섬기는 단기 아르바이트는 2개월도 다 채우지 못하고 결국 그만두었다. 미역국에 대한 솔직한 고백 이후에 나의 요리에 대해서도 솔직한 불평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요리 못하는 내 모습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이후로는 요리와 연결된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 요리 쪽 아르바이트는 마음을 접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씨체는 '새 굴림체'이다. 그리고 1.5의 간격과 들여쓰기 단락으로 글을 쓰고 있다. 내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이 순간이 매우 기분이 좋다. 보기 좋은 크기와 글씨로 이번 주 주제 글을 쓰니 집중해서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글씨체와 크기, 단락, 간격들이 글을 쓰는 데 있어 작은 요소들이지만 이 요소들이 서로 잘 어우러지고 조합이 될 때 한 편의 글을 기분 좋게 완성할 수 있었다. 나는 요리에 있어서도 잘 어우러지고 조합된 양념이 음식 재료와 만났을 때 맛있는 음식이 탄생함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도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반응형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