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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로 '현금 흐름, 500만'을 꿈꾸는 머니오백연구소팀장, 해뜬날입니다.
자료 출처 :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저자: 강원국)
낙타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
니체가 말했다. 인간 정신의 3단계가 있다고.
낙타단계- 낙타는 사막에서 무건운 짐을 지고 아무런 불만도 없이 주인의 말에 복종하며 산다.
사자단계- 사자는 주도적이고 자유롭지만 늘 싸워야 한다.
어린아이 단계-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생을 즐긴다.
우리는 어느 단계인가?
낙타 단계인 사람들은 싫어도 싫다고 못한다. 싫다고 하면 사람들이 싫어할 까봐, 못한다고 하면 무능해 보일까봐, 누군가를 따르고, 본받고, 흉내내며 사는 삶을 살고 있다. 무아지경 상태, 자아가 없는 상태는 오히려 평화롭다. 누군가와 겨루지 않기 때문에.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낙타처럼 묵묵히 무릎끓고 짐을 싣고, 무릎끓고 짐은 내리는 낙타처럼 말이다.
사자단계는 조금 다르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며 산다. 사자는 자기 말을 당당하게 자기 말로서 한다. '이들은 항상 '나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한다. 왜? 속에 있는 말을 원도 한도 없이 다 퍼붓었기에 당연 뒤끝이 없다.
그렇다면 어린아이 단계에 있는 사람은 어떨까? 누구와도 다투지도,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도 않는다. 모르면 모른다고하고, 할 수 없으면 못한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한다. 하루 하루 근심 걱정없이 행복하게 산다. 그러면 됐다.
이작가는 말한다. 이제 아들처럼 살고 싶다고. 어린 아이가 되고 싶다고, 있는 그대로 보고, 할 수 있는 만큼 말하여 나답게 살고 싶다고 말이다.

나의 생각 한 스푼
낙타의 무릎
나는 과연 어느 단계에 살고 있을까?
3년 전, 쉰 살이 되던 해에 나는 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니, 사자가 될 수 있다고 착각했다. 그동안 다니던 한국어 학원을 그만뒀다. 그날 아침, 원장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하면서 떨리는 손을 주먹으로 꽉 쥐었다.
'이제 됐어. 이제는 내 학원을 차릴 거야.'
그때는 정말 그렇게 믿었다.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분노가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올랐고, 자존심은 산산조각 나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이제 50대 초반이야. 아이들도 다 컸어. 두 아들은 이미 직장 다니며 제 살 길을 찾아 나갔고, 막내딸은 대학원에 다니면서 스스로 알바해서 돈 벌며 공부하고 있어. 대견하지.
'이제 내 인생 좀 살아도 되지 않을까?'
나만의 한국어 학원을 개업할 거야. 한국어교사로 일한 경력도 있고, 나만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자신도 있어. 그리고 이 나이에 더 이상 남의 눈치 보고 싶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사자처럼 당당하게 살고 싶었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동안 쌓은 경력이 있잖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지만 사자에게 필요한 건 용기와 경력만이 아니었다.
퇴사 후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하려고 구청 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사무실 주소가 필요했다. 학원을 차리려면 공간이 있어야 했다. 집 주소는 안 된다고 했다. 여기는 프랑스야. 규정이 까다로워.
나는 부동산 사이트를 뒤졌다. 이 동네에서 학원으로 쓸 만한 가장 작은 공간의 월세를 확인했다.
'...이걸 어떻게 내.'
그때 깨달았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없다는 것을. 퇴직금도 없다는 것을. 학원에 고용되어 일했으니까. 정규직도 아니었으니까.
지금 살고 있는 집 월세도 빠듯한데, 어떻게 학원 공간을 임대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 쓰던 작은 공간이라도, 최소한 1년치 월세와 인테리어 비용은 벌어놓고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최소한의 양심이고 준비 아닌가.
그런데 나는 그 돈조차 벌어놓지 않고, 모아놓지 않고, 덥석 학원을 그만뒀다.
준비성 없는 퇴사였다.
석 달 동안 나는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다. 작은 공간이라도 빌릴 수 있는 방법,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방법. 하지만 하루하루 생활비가 빠져나갔다. 통장 잔고는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막내딸이 알바하며 버는 돈을 보면서, 나는 점점 초라해졌다.
결국 나는 결론을 내렸다.
'학원 개업은 아직 멀었어.'
그리고 백수로는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왜냐고? 나는 아직 낙타 단계였으니까. 먹고살아야 할 길을 찾아야 했으니까. 하루하루 생활비가 나가는데,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다시 낙타 단계로 자진해서 들어갔다.
지금 나는 다른 학원에서, 다시 무릎 꿇고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50대 초반이 되어서도. 사자가 되려면, 아니 낙타에서 사자로 이동하려면, 최소한 먹고살 자금 정도는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다. 그것도 이 비싼 대도시에서 학원을 차리겠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가끔 SNS에서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들이 자기 학원을 차렸다는 글을 본다. 서른도 안 된 젊은이들이 벌써 사자 단계에 살고 있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자기 말을 하고 산다. 하고 싶은 방식으로 가르친다.
부럽다. 동시에 씁쓸하다.
나는 여전히 사자 단계를 바라보고 꿈꾸고 있다. 적어도 나의 노후만큼은 어린아이 단계를 만들고 싶다. 근심 걱정 없이, 있는 그대로 나답게 사는 삶.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사자 단계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어린아이 단계는 조금 더 나중에 해도 괜찮다. 최소한 사자 단계라도 되고 싶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오늘도 나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니체의 책을 펼친다. 낙타의 무릎에는 오랜 세월 쌓인 두꺼운 굳은살이 박혀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언젠가는 이 무릎을 펴고 일어서리라.
사자처럼.
쉰이 넘어서라도.
내 이름 석 자 걸고 운영하는 학원 간판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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